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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 사연

인라이브의 게시판 (커뮤니티 유저게시판/자료실, 방송국 게시판) 관리 지침
  • 랩(Rap) 유감   내 잡식성 기질은 음악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음악의 모든 장르를 만족할 수준까지 이해하거나 깨달아야 직성이 풀리니 말이다. 난 음악 중에 꼭 어떤 특정 장르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서양 고전에서부터 팝, 국악, 우리 가요 등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악을 듣는다. 서양 고전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 5백-6백년 전의 고음악에서부터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인상주의, 국민음악, 현대음악 등등 여러 분류가 가능하다. 여기에다 또 기악과 성악곡으로 대별되고, 형식으로는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소나타 등으로 구분되며, 악기별로 또 다시 세분된다. 작곡자별로 구분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대체로 서양 고전음악은 이집트, 그리스에서 연유했다고 하지만, 본격적인 출발점은 14-16세기의 르네쌍스 음악부터다. 물론 그 이전인 AD 4-7세기에 교회에서 부르던 단선율 성악곡인 그레고리오 성가(聖歌)가 서양 고전 음악의 모태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서양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적어도 몇 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서양의 문화, 역사, 음악사, 작곡자, 시대별 음악발전 유형, 음악형식, 악기의 구성과 특성, 음악 장르별 특성 등에 대한 광범하고 포괄적인 이해와 인식이 전제조건이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음악 이론을 알기 위해 작곡과 화성법을 혼자서 끙끙대며 공부하기도 했다. 지금은 다 까먹었지만, 조금만 다시 보면 기초 작곡법은 금방 다시 회복할 듯 하다. 많이 듣고, 부지런히 공부하고, 듣는 음악 모두를 빠짐 없이 이해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면 몇 십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고 스승으로 삼는 작곡자는 베토벤이다. 그러나 가장 즐겨듣는 음악은 고음악이다. 그리고 17세기 중기 바로크 작곡자인 아르칸젤로 코렐리(Arcangelo Corelli)의 트리오 소나타와 합주협주곡도 즐겨 듣는다. 17세기는 서양 음악에서 교향곡이니 협주곡이니 하는 음악 형식이 정립돼 있지 않았다. 코렐리는 후에 요한 세바스찬 바하가 확립한 협주곡의 기초를 닦아놓은 작곡자다. 그가 확립한 음악형식은 합주협주곡(Concerto Grosso)이다. 이 것이 후에 협주곡으로 발전한다. 코렐리는 12곡의 합주협주곡을 그의 작품 Op.6 Nos. 1-12라는 형식을 통해 작곡했다. 각 넘버의 곡마다 다시 3-7개의 부속 악장을 갖고 있다.(그 당시는 오늘날처럼 악장에 대한 확립된 형식이 없었으므로 춤곡 형태로 각 악장을 표현해냈다. 예컨대 1.Prelude, 2.Allemande, 3. Courante, 4.Sarabande, 5.Gigue등의 춤곡 형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그리고 Allemande - Courante - Sarabande - Gigue의 네가지 구성형식이 당시의 기본 부속 악장 형식이었다.   그는 합주협주곡 이외에도 트리오 소나타(Trio Sonata)라는 형식의 바이올린 소나타 60곡을 Op.1-5에서 표현해냈다. 각 Opus마다 12개의 곡을 갖추고 있으므로 모두 60곡이 된다. 베토벤은 음악가 이전에 위대한 철학자였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은 단순히 음을 조합한 것이 아니라 철학 메시지를 응축해서 전해주었다. 바하, 모차르트 등 서양음악의 대표적인 작곡자들이 위대한 음악가이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들은 단순한 음악가일 뿐이지 철학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베토벤은 음악가이기 전에 철학자였다. 나는 그의 숭배자다. 이런 내가 그 후에 코렐리를 접하고선 그의 음악에서 철학을 느꼈다. 당연히 코렐리에 빠져들었다. 음악가 가운데 베토벤 말고는 어느 누구도 철학자가 없으리라 여겼는데 또 한사람의 철학자가 있다니... 난 흥분되고 감사한 마음으로 그를 맞아들였다. 이처럼 서양 음악 한 장르만 해도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할 분야가 너무나 많다. 그래도 그것을 다 알 때까지 가야 하는 게 클라식 애호가로서 가야할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내 후배 부인도 똑 같은 말을 했다. 우리나라 뽕짝을 들으면 왜 그런 유치한 걸 듣느냐고 말이다. 그녀 역시 클라식을 즐겨듣는 애호가였다. 그런데 그녀의 신랑은, 즉 내 후배는 뽕짝 애호가다. 둘이서 그래서 가끔 다투기도 한다. 한번은 내가 참다못해 한마디했다. 음악은 각기 나름대로 장르가 있고, 그 나름대로 음악성을 갖고 있으니 뽕짝이라고 음악성이 없겠느냐... 다만 예술성이나 음악성 자체가 클라식보다 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세상에 항상 클라식만 듣고 살 수 있느냐.. 이것도 듣고, 저것도 듣고 ..그래야 세상 사는 맛이 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요즘 젊은 아제들이 젤 싫어하는 음악이 국악이란다. 고리타분해서 못 듣겠다는 게 그들의 변이다. 내 생각엔 그들이 국악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국악은 서양 고전 못지 않게 다양한 음악 형식과 높은 수준을 가진 음악 장르다. 내가 즐겨듣는 시나위(대중가수 시나위가 아님)는 각 악기가 흥이 나서 제 멋대로 연주한다. 개별로 들으면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근데 개별이 모여서 전체로 합주되는 시나위 연주는 완벽한 조화와 높은 음악성 그 자체다. 나는 국악에 흥미 없는 분들은 우선 시나위 연주부터 들어보라고 감히 권하고 싶다. 더구나 한국사람이 제 나라 음악은 경시하면서 서양 음악에 몰두한다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아닐까 한다. 그건 제 가족은 돌보지 않고 남의 집 아이에게 편집증적인 애착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뽕짝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중음악을 들라 하면 나는 서슴없이 뽕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뽕짝과는 다른 장르의 가요를 더 즐겨듣지만, 뽕짝이 우리나라 대표 음악인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 뽕짝을 유치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대중문화 전체를 유치한 것으로 보는 것과 다름 없다.   대중문화가 귀족문화보다 수준이 낮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대중에 의해, 대중의 힘으로 선도되는 문화사회다. 대중이 누리는 삶의 방식이나 문화가 싫다면, 절이나 성당에 가서 살면 가장 좋을 것이다. 나 역시 대중문화에 대해 그리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에 관계 없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사회는 대중문화`대중사회와 단절되지 않는 시간과 공간에 종속돼 있는 사회다. 그러니 귀족문화도 좋지만 대중문화도 사랑하는 게 본인의 정신위생적 측면에서도 좋은 일이다.   음악에 거부감이 없다고 여기는 내게 딱 한 가지 싫은 음악이 있다. 그게 랩(Rap)이다. 이건 음악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도 아닌 것이, 내게는 도무지 음악 장르에 넣기 힘든 그런 요상한 것이다. 랩은 원래 미국 뉴욕 등 대도시 지역에서 빈민 흑인들이 그냥 입으로 흥얼대던 게 랩이라는 장르로 발전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충분한 음악적 가치가 있으니 그렇게 됐을 것이다. 근데 나는 도저히 이 랩 만큼은 음악 장르 속에 포함시키기가 거북하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마치 무슨 음치가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아닌 것이 이상야릇한 음성으로 들린다. 그래서 랩 들으면 짜증스럽다.   랩이 벌써 20년 가까이 세계 대중음악을 휩쓸고 있다. 이처럼 장기간 힘을 얻은 장르이니 인정하긴 싫어도 인정해야겠는데, 난 왜 이처럼 랩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아메리칸 팝이나 라틴 댄스 음악, 샹숑, 깐소네, 포르투갈 파두(fado) 등은 우리 모두가 애창하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외국 대중음악들이다.   난 나름대로 분석해보았다. 즐겨듣는 외국 팝음악은 음악의 전통이론에 입각한 화성과 멜로디, 리듬에 충실하다. 그러나 랩은 이런 음악이론과는 별 상관없이 부르는 노래아닌 노래다. 이런 부조화 음이 나로 하여금 짜증나게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랩은 그래서 음악의 장르로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내게 강요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가자면 랩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음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속이 좁아 그런지 전통개념에 충실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랩을 음악이라고 생각하기가 싫은 게 내 마음이다. 음악을 사랑한다면 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은 하지만, 랩에 대한 부정적 자세는 여전히 변치 않을 듯 하다. 그래서 랩은 내게 아주 어려운 숙제를 내준 못된 녀석이다. 랩이 유감스럽다. 2009.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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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그gigue(@gigue400)
    2010-10-08 15: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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