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스튜디오
신청곡 /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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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 세상 조광조(趙光祖)는 16세기 초 조선조 중종 때 유명한 유학자이자 충신이었다. 나라 정치가 당파싸움으로 어지러워지고, 임금의 왕도정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자 중종의 명을 받들어 일대 개혁을 단행했다. 훈구파 공신의 공을 삭제하고, 참신한 사림파 출신을 대거 등용하는 등 여러 급진적 조치를 취했다. 그의 이런 개혁조치는 군주의 바른 정치 실현을 세상 널리 구현하기 위함이었다. 훈구파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 조광조가 반역을 꾀한다고 모함했다.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쓴 뒤 벌레가 갉아 먹도록 했다. 잎에 갉아먹은 글자 모양이 나타나자 이를 중종에게 갖다 바쳤다. ‘走 ·肖’ 2자를 합치면 조(趙)자가 되므로 주초위왕은 곧 “조(趙)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었다. 중종은 조광조를 붙잡아 들이라 명했다. 이렇게 해서 일어난 사건이 1519년 기묘사화(己卯士禍)였다. 조광조가 개혁조치를 단행한지 불과 사흘 만에 일어난 대반전이었다. 중종의 개혁은 물 건너가고, 이후 조선은 두 번 다시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 걸까. 그것은 정의(正義)가 항상 승리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있다. 조광조의 개혁조치는 급진적이고 과격한 조치이기는 했지만, 당시의 정치 상황을 개선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했던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개혁에 실패하고 한달 후 사약을 받았다. 그가 추구했던 군자와 같은 도학정치(道學政治)가 소인배들의 잔꾀에 걸려들어 그만 좌절돼 버렸다. 5백년이 지난 지금 이 시기에도 조광조 같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 바르게 살고, 사회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약삭빠르고 간교한 소인배에게 밀려 손해를 보거나 제 할 일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인배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영악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드니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다른 사람을 밟아야 내가 산다.” 그래서인지 이런 소인배들이 돈도 잘 벌고 조직에서 빨리 승진하는 게 요즘 추세다. “세상을 정직하게만 살아서 성공할 수 있나. 이런 저런 요령 부려서 돈 잘 벌고 출세하면 되지...”라고 그들은 강변할지 모른다. 몇 년전 유명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그 회사의 CEO는 적어도 자기가 회사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한 줄 알았다. 그런데 임원 중 한사람이 자신의 속을 꿰뚫어보는 견해를 내놓거나 자신의 생각을 앞질러 얘기하는 때가 많았다. 이 CEO는 그만 속이 뒤집혔다. 자기보다 잘난 저 임원을 가만 두려니 속에서 불이 났다. 다음해 그 임원은 그룹으로부터 임기 만료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발생했다. 해임된 임원이 있을 때는 경영실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는데, 그가 그만 둔 해부터 내리 2년 동안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결국 그 CEO도 해임됐다. 사내 직원들은 사장이 못나서 유능한 임원을 쫓아내는 바람에 회사도 덩달아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가 어디 기업에서만 있겠는가. 어느 조직에서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소인배들의 속성이라는 게 자기보다 ‘잘난 놈’을 그냥 놔두고는 못 배기는 게 특징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 녀석을 혼내주거나 자르던지 해야 직성이 풀린다. 소인배들의 공통점은 남을 해꼬지하는 것이다. 반면에 양식있는 사람은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 노력한다. 이 두 가지 특성 중 여러분은 어느 부류에 해당하는지 자문자답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세태가 이렇다 보니 웬만한 사람치고 상사에게 아양떨지 않고 버티기가 그리 쉽지 않다. 생존 자체가 경쟁이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니 아양떨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교서부터 시작되는 경쟁은 대학 졸업 후 입사한 뒤에도 더 치열해진다. 그래서 남을 밟아야 내가 산다는 지나친 경쟁의식이 싹트고, 위법이나 탈법을 해서라도 돈벌고 출세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횡행한다. 요즘은 바르게 사는 사람이 왕따되는 웃지 못할 넌센스 상황이 빈번히 일어난다. 범생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왕따되고, 청백리가 따돌림당하는 게 요즘 세태다. 이런 왕따 세상이 바른 세상으로 돌아오기 바라는 건 신기루를 쫓는 허황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걸까. 자꾸만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내는 그런 세상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소인배들이 바른 사람을 몰아내고 있다. 조광조가 다시 나타나 오늘의 우리 사회를 혁파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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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gigue(@gigue400)2010-10-19 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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