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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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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보릿 고개     60년대초 중학교에 들어가서 이제 겨우 신문을 읽을 수 있을 때였다. 어느날 신문을 보던 난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당시 경남 지방에 큰 가뭄이 든데다 때가 5월인지라 보리 수확을 아직 못한 농민들이 그냥 굶고 앉은 것이다. 이런 내용의 신문 기사 옆에는 먹지 못해 부황이 든 어린아이가 빈 양재기를 들고 울고 있는 모습이 캐리케이처로 큼지막이 지면에 장식돼 있었다. 기사를 읽다가 사진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울고 말았다. 너무도 처참하고 불쌍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그 시기가 5월이고, 해마다 4-5월이면 이른바 ‘보릿 고개’라는 춘궁기(春窮期)가 찾아와 농민에게 고통을 주는 시기였다. 가을에 지은 쌀은 이미 다 떨어지고 보리는 아직 수확하지 못했으니, 이 때가 되면 농민들은 굶는 걸 밥 먹듯 하는 게 일상이었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도회지 한 복판에서 태어나 보릿고개라는 걸 모르고 있다가 신문에서 그런 걸 알게 되니 당시 어린 내겐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그 때 난 나중에 커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 굶주리는 이웃이 없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보릿 고개는 60년대 후반에 없어졌다. 경재개발 계획이 추진됐다. 경제가 살아나고 소득이 올라가 농민들도 밥 굶는 그런 연례행사가 사라졌다. 인간이 겪는 고통 중에 가장 처참하고 괴로운 고통이 ‘굶는 것’이라 한다. 기아는 매맞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사람에게 준다. 그것도 지속적이고 누적적으로 사람에게 고통과 공포를 가져다 준다. 이런 고통에서 우리가 해방된 것은 불과 3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70년대 이후 이런 말이 유행했다. 어렵게 살아온 부모가 자식들에게 지난 날을 얘기하면, 자식 왈.. “밥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지.” 참 맹랑한 얘기다. 웃자고 한 얘기지만, 먹고 사는데서 해방된 당시의 사회 풍속을 그대로 표현해낸 명작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풍자 댓글이다. 난 우리 부모 세대에 살지 않고 지금 세대에 사는 걸 너무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차이지만 이 몇 십년이 각 개인의 행`불행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이 너무나 컸다.     가뭄이 들고 보릿 고개가 기승을 부릴 당시 대안으로 나온 농작물이 이른바 구휼(救恤) 작물들이다. 벼농사 대신 논에 옥수수 등 가뭄과 병충해에 강한 구휼작물을 심어서(代播) 다른 농산물을 대신 경작하자는 것이다. 구휼작물에는 옥수수, 수수, 감자, 고구마 등 여러 작물이 있지만, 대표 작물은 옥수수다. 옥수수는 가뭄에도 강하지만 웬만한 병충해에도 끄떡없다. 그러니 논이든 밭이든 심지어 산등성이든 간에 옥수수는 심으면 수확할 수 있는 천혜의 농작물이다,     옥수수는 전세계적으로도 기아에 허덕이는 국가에 제공하는 최우선 구휼작물이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식량부족 국가에 제공되는 식량 원조의 주 품목이 옥수수다. 옥수수는 기아국가에서 주요 식량이지만, 여타 국가에서는 건강식품으로, 또는 바이오 연료로 이용된다.   옥수수는 식량 자급도가 낮은 우리나라에 적합한 작물이다. 쌀 이외의 다른 농작물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옥수수 대량 재배가 꼭 필요하다. 가축 사료의 대부분을 옥수수로 만들고 있는 우리나라가 국내 수요를 전량 국내산 옥수수로 충당할 수 있다면 가격 안정과 안정적인 물량 수급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다.     며칠 전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얘기하던 중 옥수수 얘기가 나왔다. 불현 듯 옥수수가 우리에게 중요한 농작물임을 상기했다. 옥수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작물일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주요 전략 작물이다. 자원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이 시기에 우리가 옥수수라도 자급할 수 있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5월 들어 문득 보릿고개가 생각나다보니 옥수수 예찬론까지 이어진다. 2009. 5. 6.

    16
    지그gigue(@gigue400)
    2010-10-30 12: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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